2010 기획의 변

인인극회 제50회 정기공연 '불좀꺼주세요'

  - 포스터에 대한 뒷이야기


홍보물(포스터, 티켓 및 팜플렛)의 디자인을 맡고 있던 시각디자인전공 후배와 이번 공연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이야길 나눈 장소는 송내로 향하는 909번 버스이기도 했고, 동아리방이기도 했고, 학교식당 위에 있는 소극장이기도 했다.

나는 이번 공연에 기획을 맡으면서 내 나름의 (개똥)철학과 연극을 준비하는 동안 병행했던 부평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을 어떻게 결합하여 표출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팜플렛이나 포스터 등과 같은 홍보물에 대한 것은 저번 공연인 "Adios, Cowboy!"에서 해보았던 리플렛에 이어 뭔가 새로운, '내가 인인극회에 들어온 이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요즘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하일권 작가의 작품 "안나라수마나라"였다.

 

 

   그래, 그거였다.

글자를 얼기설기 엮어서 눈이 내리는 듯한 효과를 낸다!

나는 여기서 이번 공연의 포스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냈다.

이를 디자인을 담당하는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휴대폰에 있던 스케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서 대강의 시안을 그려내었다.



대강의 설명을 위해 그린 것 뿐이기 때문에 오른쪽은 확실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였다.

 다만,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여자와 남자라는 두 존재를 대조시킨다"는 것이다.


이 연극이 사내와 여인이라는 두 인물과 그 인물들의 내면이 표면화된 또다른 인격들이 나오는 연극이기 때문에 이 컨셉이 들어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사람의 뒷모습을 배치하고 왼쪽은 여자의 나체, 오른쪽은 남자의 나체. 모두 뒷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나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거짓'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만든 타이포그라피. 인간의 거짓됨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였다.

(女와 男에 해당하는 단어를 다르게 배치할까 생각도 해보았다. '거짓' 이외에 또 어떤 단어가 들어갈 지가 관건인데, 이 이상 논의하지는 못하였다.)

   

원하는 사이즈는 2절지로, 가로로 길게 한 후 두 사람의 그림을 동시에 인쇄한 후, 재단기로 정 가운데를 갈라 '여자 포스터'와 '남자 포스터' 두 가지 종류를 만들어서 벽에 붙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결국 금전적 문제로 인해 팜플렛만 뽑고, 포스터는 대신 맨위의 사진을 A4 용지로 뽑아 붙이기로 하였다.


나름 팜플렛은 생각한 대로 나와주었지만, 컬러로 해서 검정과 빨강의 대조를 보여주자는 컨셉은 역시 금전적 문제로 반려되어 이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나의 이 생각들이 언젠가는 우리 동아리의 공연에 다시 쓰일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디자인을 맡았던

친구가 나름 이러한 아이디어에 공감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홍보물 제작 이외에 다른 분야도 관심이 많으므로 나중에 연출이 된다거나 기획이 되어서 이러한 기법들을 사용해줄 거라 생각하며 이렇게 소심하게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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